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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utopoi'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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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DongHyun
Subject   2016김동현 전시평론-백기영
가상의 생명체를 만드는 오토포이 박사의 실험실(Autopoi’s Lab)

백기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김동현은 다양한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전체적인 기관을 작동시키는 회화, 키네틱 구조물, 설치 및 공간작업을 하는 작가다.

이 작업들은 아날로그적인 기술에서부터 모터 동력 기어시 스템을 경유하여 최근 첨단 기술까지 점차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제일 먼저 김동현의 작업은 유기적인 생명체의 내장기관을 연상시키는 회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생명체의 내장기관회화는, 유 기적인 구조들이 화면을 가득 매우는 방식으로 표현된 추상화로 전체를 보면 하나의 우주처럼 보이고 부분을 들여다보면 독자적인 기능을 가진 내장기관처럼 보인다. 이 추상적 회화는 ‘하나의 생명체에 온 우주의 성질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모티브로 표현했던 내장기관 이미지들은 거대한 우주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평면에 이미지로 존재하던 유닛들은 박스형태의 공간이나 평면위에 겹쳐진 오브제로 바뀌었다. 이 내장기관 이미지들은 기계장치에 연결된 모터를 만나기도 하고 고무동력이나 컴퓨터 프로그 램, 혹은 센서를 통해 동조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파편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것들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되면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가게 된 것이다.

작품들의 이면에는 작 은 톱니바퀴들이 장착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우주가 운행하는 원리를 찾고자 했던 근대의 기계론적인 우주관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는 것 처럼,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자연과학적 믿음이 바탕이 된 이 생각은 김동현의 작업을 구상하는 중심개념이 되었다. 서양의 근대과학이 추구했었던 세계는 이처럼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진리의 세계였고 그 시대를 대변하는 기계적 기술이 김동현이 작업에서 응용한 기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크랭크축을 이용한 그녀의 모터들은 직선 운동 과 회전 운동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모터를 활용한 작업들이 구조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했다면, 핀 볼 머신과 같은 관람객 참여형 인터렉티브 작업은 매우 불확정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던져진다. 모터 동력에 의해서 생성된 움직임은 관람자들의 참여를 통해서 하나의 놀이기구로 전환했다. 고무줄 동력의 힘을 이용해 핀 볼을 쳐 올리도록 만들어진 아날로그적인 장치는 익숙한 장난감처럼 손 안에 들 어온다. 상파울로 출신의 외빈드 펠스트롬(Öyvind Fahlström)은 관람객들의 참여에 의해서 작품이 자유롭게 변형되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회화작업이나 설치작업으로 구현했다. 그에게 있어 서 작업은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었다.

김동현의 작업도 딱히 고정되지 않고 부유하다가 멈추어 버리는 놀이기계를 닮았다. 현대적인 형태의 핀 볼 기계 는 1930년경에 처음 만들어 졌다고 한다. 곰곰이 살펴보면, 김동현의 핀 볼 기계는 이 당시 만들어졌던 아날로그 핀 볼 기계에 가깝다. 더 멀리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에서 만 들어졌다고 하는 옥외 경기장인 바가텔(Bagatelle)을 연상 시킨다. 당시에는 둥그런 모양의 돌과 언덕의 경사면에 땅을 파서 만든 구멍을 이용해서 경기를 펼쳤다고 한다. 김동현의 회화작품이 한 생명체의 내장기관에서 출발해서 거대한 우주를 투영하는 거울로 확장했다면, 핀 볼의 유동성은 전시장 전체 공간으로 확대된다. 전시 공간 전체가 바가텔의 놀이터로 둔갑하는 것이다.

그녀가 초청한 무용가가 금속 헬멧을 착용하고 공간을 임의적으로 유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게 된 것은 이와 같은 핀 볼 기계의 움직임을 어떻게 전시 공간 속의 관람객들과 일치시킬까하는 고민에 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전시장 구석구석을 이동하는 퍼포머는 공간 전체를 핀 볼 경기장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핀 볼이 접촉하는 작은 우주로서의 핀 볼 세계를 상상하게 했다.  

김동현은 핀 볼 기계 작업을 넘어서 최근에는 메이킹 보드를 활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한 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작업들이 가능했던 것은 최근 과학과 예술가들의 융합 프로젝트 나 전자기술 기반의 메이커스들의 출현으로 미디어 아트 영역이 매우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이들 공학전공자들이 예술적인 작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융·복합 프로젝트들 이 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각자의 영역에 함몰된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편견만을 확인하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두 영역 간의 단순 교차적 실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김동현에 게 있어서 흥미로운 것은 예술의 창조성과 과학의 창조성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은 나눠진 하나로 작업 전반에서 일체화 되어 있다. 김동현의 작업은 기술에 매우 의존되어 있는 것처 럼 보이지만, 이 모든 기술은 어떤 조형적 움직임을 위해 정교하게 조정되어 있다. 어떤 움직임은 센서를 통해서 자동화 되는가 하면, 어떤 움직임은 버튼을 눌러야만 작동하도록 고안되었다. 기술 없이는 전혀 작동되지 못하는 무용지물처럼 보이다가도 기술 자체보다는 훨씬 더 본질적인 세계에 뿌리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둘이 서로 공회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둘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김동현 자신의 프로젝트를<오토포이 박사의 실험실>이라고 명명했다. ‘Autopoesis’라는 말에서 비롯된 오토포이 박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조합해서 가상의 생명체를 만드 는’ 과학자다. 예술과 과학을 결합하는 실험실로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이 움직임은 다양한 조형물을 통해 표출되었다. 초기 내장기관 같은 회화작업에 등장했던 요소들이 컬러풀한 색채와 함께 때로는 곤충 같은 모양으로, 때로는 로봇이나 공룡 같은 형태를 띠고 등장했다. 이 조형물의 재료 또한 나무, 플라스틱, 금속이나 자연물 등 다 양한 요소들이 혼성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녀의 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색체의 유기체들만큼이나 혼성적인 오브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꿈틀거린다. 이 구조물들은 특유의 공간 안에 마치 SF영화에서 등장하는 한 장면처럼 그곳에 둥지를 틀고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생명을 얻어 살아난다. 이 사물들과 무용가의 신체가 뒤섞이면 이것이 공연장인 지 전시장인지 더 나아가서는 기계의 몸속인지 바깥인지 구분조차 어렵다. 이렇게 사물의 움직임은 인간에게 상상력을 촉발시킨다. 이와 같은 상상력은 사물이나 물체가 살아 있고 영혼 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원초적인 ‘애니미즘’적 믿음에 기반을 둔 것이다.

초기 키네틱 아트를 실험했던 예술가들은 사물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성’에 주목했다. 도심 한복판을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함께 가로지르는 기관차의 증기처럼 스펙 터클한 광경도 있었겠지만, 마르셀 뒤샹이 심심할 때 손가락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고안된 자전거 바퀴의 고요한 움직임도 있었다. 원탁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결합한 아날로그적인 뒤 샹의 자전거 바퀴는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 주었다. 핀 볼이 구조물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주시하는 것, 곤충모양의 구조물이 꿈틀거리거나 날개 짓을 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은 기술적 으로 별로 대단한 것이 못된다. 오히려 오늘날과 같이 기계적인 움직임이 편만화된 시대에는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키네틱 아트 작업 은 매우 정교하게 고안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기계적인 움직임이나 컴퓨터 기판을 통해 프로세스를 구상해야만 하는 기술적인 완벽성을 요하는데, 김동현의 작업들이 작동되는 상 태는 매우 임의적이고 가변적이다. 핀 볼 기계의 피스톤은 고무줄로 고정되어 있어서 그 탄성을 정교하게 조정하기가 쉽지 않고 튕겨진 구슬은 제 맘대로 움직이다가 예기치 않은 곳으 로 빠져나가 버리기가 일쑤다. 김동현의 기계들은 그런 측면에서 자연에 가깝다. 나무로 깎아 만든 기어바퀴나 오브제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현대문명의 그것보다는 동물의 힘으로 열고 닫는 수문이나 고대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유물 기계들을 닮았다.  

이처럼 그녀의 작업이 키네틱이나 인터렉티브 설치 형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자, 최근에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들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PCM프로젝트 (Pinball chocolate mach)는 타틀린의 제3세계 기념비처럼 생긴 구조물의 상층부에서부터 굴러 내려오는 쇠구슬 핀 볼 기계를 응용하여 발전시킨 것이다. 여기서 관람객은 단순한 게 임을 넘어서 구체적인 보상과 관계 맺는 상태에 놓인다. 그녀의 작업노트에 따르면 ‘나의 작품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물리적,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프로젝트’ 이며, ‘하나의 힘(input)이 다양한 장치들과 연결되어 여러 힘과 움직임으로 변환(output)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 역동적인 힘은 작가에게와 마찬가지로 관객에게도 직접 체험되어야 한다.

분과 과학의 시대에 어느 누구도 통달할 수 없는 다양한 원천을 희한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오토포이 박사는 괴짜, 엉터리, 사기꾼, 몽상가, 이상주의자 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부분 부분은 합리적이지만, 전체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산물은 오토포이 박사의 발명품을 예술과 중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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